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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tory/실천적 서평 글쓰기

우여곡절 나의 공시생 탈출기(feat.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공무원 시험 결심 :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마인드셋

 

2015년 8월쯤이다. 당시 난 1학기를 마친 새내기 대학생이었다. 1학기 마치고 방학이 끝날 무렵, 1학기 대학교 생활을 되돌아보았다.

대학교 생활이 싫었다.

군대 전역 후 수능 재수를 했음에도 실패한 내가 미웠다. 교수님이 80명 두고 강의하는 주입식 교육이 지루했다. 아무런 노력도 안 하면서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주변 친구들이 한심해 보였다. '지방 사립대' 다니는 대학생이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다른 사람보다 뭔가 잘나고 싶었다. 돈 없는 나 자신이 싫었다. 힘들지 않는 직업을 가져 돈 벌고 싶었다.

이런 마음에 재학생 신분으로 공시생(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을 선택했다. 그 때 누군가 "왜 공시 공부를 하는가?"라고 물어보았다면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당시 나의 콧대는 피노피오를 앞섰다.

"공무원이라고 하면 어디가서 꿇리진 않잖아?!"

그렇다. 당시 난 멋져보여서, 남이 좋다고 하니깐 자발적으로 공시생을 선택한 것이다. 씨도 안 먹힐 마인드였다. 어쭙잖은 결심이었다. 실제 공무원 시험 준비하면서 현실을 깨닫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간접동기가 나를 집어 삼키다

 

책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의 저자는 '성과'를 연구하였다. 저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선 어떻게 일하는가 보다 왜 일하는 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 '이유'는 어떤 일의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
인간이 어떤 행동을 하는 데는 동기는 직접 동기와 간접 동기가 있다.
즐거움, 의미, 성장은 직접 동기 요인으로 성과를 이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은 간접 동기 요인으로 성과에 악영향을 미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공시생 시절, 나에게 있어 '일의 성과'는 공무원 시험 합격이었다. 당시 공시를 결심했던 이유는 '남에게 꿇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가난한 나 자신에 대한 자격지심'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정서적 압박감·경제적 압박감으로 공시생이 된 것이다.

처음엔 열심히 했다. 성공해서 잘나고 싶었으니깐.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1달 쯤 지났을 때다. 불타던 열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게으름만 있을 뿐이었다. 외적 동기로 시작했던 나의 공시 생활은 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이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했다.

며칠 동안 독서실 가지 않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죄의식은 정서적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단지 공무원이 돼서 남한테 떳떳해 보이고 싶었던 마음과 수 일간 독서실을 빼먹고 있는 현실적 나를 비교하는 순간 경제적 압박감이 나를 덮쳤다. "내일은 꼭 독서실에 가겠다"는 공허한 다짐은 오늘의 핑계와 타성에 의해 무너졌다.

간접 동기의 악순환에 빠지니 그냥 포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내 마음 한켠에 자리 잡고 있는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작은 희망을 꺼뜨리고 싶지 않았다. 희망을 현실로 바꿀 노력을 해야만 했다. 어떻게 할 지 몰랐다. 그 당시 난 공시에 대한 메타인지가 부족했다. 나의 상태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악순환에 빠져나오기 위해 공시생 카페에 접촉하여 합격수기를 살펴보았다. 뭔가 부족했다. 경험적 견해가 아닌 정제된 공부법을 알고 싶었다. 돌파구를 찾기 위해 무작정 서점에 갔다. 수많은 '공부법' 책이 있었다. 일주일 간 공부법 책만 본 것 같다. 결론은 '공부량 부족'이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직접 동기로 희망을 불씨를 되살리다

 

책에 나온 메시지는 간단했다. '공부량이 많아야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공부법' 책은 나에게 의미 동기성장동기를 심어주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저자는 의미와 성장동기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의미'는 그 일의 결과를 중시한다. 일의 결과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다. 그 일을 함으로써 발생하는 영향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성장'은 디딤돌 역할을 한다. 개인의 목표 등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무언가를 결과적으로 이끌어내기 때문에 일을 하는 경우다. 성장동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누군가가 왜 일을 하는지 물어본다면 그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내 꿈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일을 한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의미 동기와 성장동기는 다시 공시 준비를 시작하기 위한 발화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행동을 지속하기엔 부족했다. 즐거움 동기가 필요했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저자는 즐거움 동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사람은 본질적으로 배움과 수용을 즐긴다. 즐거움의 핵심은 스스로 호기심을 갖고 실험하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는 동기가 일의 즐거움에 있을 때 그 시도는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즐거움 동기는 업무 그 자체에서 발현되기 때문에 가장 직접적인 동기이자 높은 성과를 이끄는데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요인이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당시 봤던 기출문제집

즐거움 동기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기출문제를 활용했다. 공시생은 본능적으로 자신이 기출을 풀고 나온 점수를 궁금해한다. 답 체크하고 틀린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틀린 문제는 호기심을 갖게 한다. 틀린 부분의 쳅터를 다시 한번 보게 된다. 기출문제는 나를 실험하게 만든다. 공시생은 합격점수에 도달할 때까지 기출을 계속 푼다.

난 '공부법 책 읽기'와 '기출문제 위주 공부법'으로 즐거움, 의미, 성장 동기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공시 생활은 합격하는 순간까지 간접 동기(정서적 압박감, 경제적 압박감, 타성)와 씨름하는 과정이다.

 슬럼프는 시도 때도 없이 온다

 

저자는 이 과정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주의분산 효과, 의도상실 효과, 코브라 효과에 주의하라고 언급한다. 불행하게도, 난 공시 생활 동안 간접 동기의 3가지 역효과를 전부 겪게 된다.

공부의 보상으로 독서실에서 스마트폰을 하였다. 보상으로 여겼던 스마트폰 사용과 유튜브 시청은 나의 공부 집중력을 떨어뜨렸다. 주의분산 효과다. 공부 시간을 계산하지 않았다. 플래너나 달력에 내가 언제, 얼마나 공부했는지 표시해두지 않았다.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헷갈렸다. 의도 상실 효과다. 공부 활동을 체크하지 않아 내 공부 방법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더 효율적인 공부법이 없을까 싶어 '효율적인 공부법'이라는 키워드를 검색하여 유튜브 시청하였다. 별 소득 없이 며칠을 날렸다. 코브라 효과다.

간접 동기의 3가지 역효과는 슬럼프라는 형태로 나를 괴롭혔다. 슬럼프는 나의 과실 편향성과 완벽주의(경직 주의)에 의해 오래 지속되었다.

과실편향성과 완벽주의라는 터널 안에 갖힌 나

합격수기에 적힌 바에 의하면, 수석 합격자는 약 13시간 공부했다고 하였다. 난 최대 10시간 밖에 못했다. 10시간 밖에 공부하지 못하는 나 자신이 한심했다. 그들과 나를 비교할 때마다 자괴감에 빠졌다. 나의 과실 편향성이다. 그 당시 그들과 나의 맥락이 달랐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했다.

독서실 도착 후 세운 공부 계획은 지금 봐도 무리였다. 하지만 그 당시 난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무리한 공부 계획을 마치지 못했을 때 내가 싫었다. 실수를 용서할 수 없었다. 완벽주의가 나의 정서적 압박감을 부채질 하였다.

우여곡절을 거듭한 공시생활, 난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고 합격할 수 있었을까? 답은 '환경설정'이다.

 공시생활의 마침표 : 환경설정이 답이다

 

난 2가지 환경설정을 하였다. '위클리 플래너를 이용한 공부량 시각화'와 '스마트폰 없애기'다.

지금도 쓰고 있는 스톱워치

첫째, 위클리 플래너를 이용한 공부 시각화 방법이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과를 이끌기 위해선 직원들의 총 동기 지수 '측정'하여 조직문화를 '관리'해야 한다.
총 동기 지수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는 작업은 수치를 시각화한다.
이 수치는 통계적 사고를 이용하여 비용 대비 편익을 계산한 것이다.
계산 결과, 좋은 조직문화 형성은 궁극적으로 '돈'이 된다는 등식이 성립한다.
총 동기 지수는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도구이다. 자기반성과 피드백을 쉽게 해 준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난 공부량을 측정하여 관리하기 위해 위클리 플래너를 이용하였다. 플래너에 정해진 시간 안에 해낸 공부량을 적었다. 이로써 공부를 측정하고 시각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작업은 내가 어느 과목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알려주었다. 일주일 간의 기록을 통해 자기반성과 피드백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구체적 방식은 다음과 같다.

1. 일주일 단위로 구성된 위클리 플래너를 구입하였다.

2. 아침 독서실 도착하자마자 오늘 할 양을 정하였다. 총 5과목의 해당 분량을 정하였다.

3. 플래너는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놓아두고 공부 계획을 계속 의식한다.

4. 실제 공부시간 측정을 위해 스톱워치를 맞춘다. 나의 집중력은 길어야 3시간이었다. 가장 취약한 과목 영어를 1순위에 배치한다. 2순위 과목 국사를 배치한다. 나머지 과목을 3순위로 놓았다.

5. 한 과목 끝날 때마다 공부량을 체크한다.

6.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전체 공부량 체크한다.

7. 위클리 플래너를 통해 일주일 공부량을 지속적으로 체크한다.

8. 이 과정을 반복한다.

둘째, 스마트폰 없애기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총 동기 지수는 적응적 성과를 예측할 수 있고, 잘못된 적응적 성과를 줄일 수 있다. 이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적응적 성과는 측정하기 어렵고, 잘못된 적응적 성과는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이 성과를 이끄는가』 中

스마트폰은 잘못된 적응적 성과에 해당한다. 앞서 난 공부의 보상으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시청했다고 하였다. 유튜브를 한 번 시청하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공부 열심히 했는데, 이 정도 보상은 할 수 있지'라며 자기 합리화를 하였다.

스마트폰의 악순환을 끊을 필요가 있었다. 처음에는 정해진 시간에만 쓰기로 마음먹었다. 실패하였다. 시간을 정해서 사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핸드폰에 계속 손이 갔기 때문이다.

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그냥 들고 다니지 않기로 결심한 것이다.

공부의 적 : 스마트폰

처음엔 손이 근질거렸다. 뭔가 허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점차 익숙해지더니 핸드폰이 없어도 살 만했다. 더군다나 난 연락받아야 할 일이 딱히 없었다! 전화를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제로였다. 스마트폰을 없애고 내 공부 몰입도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공부 효율이 높아졌다.

2가지 환경설정은 공시 생활의 슬럼프를 벗어나게 해 주었다. 그리고 1년 공부 끝에 공무원 합격이라는 결과로 이끌었다.

나의 공시 생활을 간단하게 요약하면 이렇게 정리할 수 있겠다.

처음 공무원 시험 도전할 때 마음가짐이었다면 필연적으로 실패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지금 생각해보면 포기하지 않은 것도 운이었던 것 같다...) 처음엔 공부법 책으로 꺼져가는 공부의 불씨를 간신히 살렸다. 기출문제를 활용하여 공부에 흥미를 붙였다. 꽃길만 있었던 건 아니다. 슬럼프도 있었다. 슬럼프는 나의 주의를 분산시켰고, 공부 의욕을 상실케 하였으며 별 소득 없이 허송세월 하게 만들었다. 슬럼프는 나의 과실 편향성과 완벽주의에 의해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돌파구가 필요했다.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2가지 환경설정에까지 이른다. 위클리 플래너를 이용한 공부량 시각화와 스마트폰 없애기다. 그리고 졸꾸한 결과 공무원 합격에 이르렀다.

여기까지 나의 공시생 시절 이야기다. 현재 이 글을 읽는 공시생들에게 나의 이야기가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다. 가끔 서면에 가면 공시생들이 드문드문 엿보인다. 그들을 보면 마음이 찡하다. 한편 그 시절 힘들었던 나를 떠올리며 애잔함도 느낀다. 나에게 공무원 시험 준비 과정이 어땠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때의 난 불에 뛰어드는 나방이었는데, 운 좋게 벗어났다. 공무원 시험은 절대 추천하지 않는다.' 그만큼 힘든 과정이다. 마지막으로 공시를 선택한 그들을 응원하며 이야기를 마치도록 하겠다. 내 소소한 이야기가 도움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