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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tory/Book Review -씽큐온-

[2책_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벨라 마키] 5K_운동의 장점을 인용으로 증명하다

오늘 벌써 두 번째 달리고 있다.

하지만 아까나 지금이나 기분이 좋지 않다. 달린다기보다는 달아나고 있다고 해야 하려나. 내 감정을 저만치 따돌리고 잠시나마 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구질구질한 사연으로 달리기를 시작한 지 이제 고작 8개월째인데, 그보다 훨씬 더 나쁜 일이 생겼다.

우리 가족의 친구가 세상을 떠났다. 아니. '가족의 친구'라는 표현은 너무 정이 없는 것 같다. 자신을 나의 두 번째 어머니라고 불렀던 사람, 내게 많은 기회를 줬던 사람, 내가 사고를 치면 호통을 쳤던 사람,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준 사람, 나를 화장실에 가둬 놓고 재미 있는 썰 하나 풀지 않으면 안 열어주겠다고 하던 사람, 지나가던 사람이 돌아서서 "저 사람 누구지? 나도 친해지고 싶다"리고 말하던 사람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투병이 길었던 만큼 죽음을 예상치 못했던 건 아니지만 하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조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게 쉽사리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 빈자리가 운석이 만든 크레이터처럼 느껴진다. 시커멓게 그을려 까마득하고 사나운 공백.

그래서 나는 닥치는 대로 달린다. 아침이고 저녁이고 힘들어서 무너질 것 같으면 무조건 달린다. 그런다고 기분이 좋아지진 않는다. 땀이 비 오듯 쏟아질만큼 빠르게, 온몸이 쑤실 만큼 무리해서 달린다. 그래도 우두커니 앉아서 조지를 그리워하는 것보다는 낫다. 그리움이 마음을 짓누르는 게 싫어서 한달음에 하이게이트 힐을 오르다가 갑자기 옆구리가 저릿해 휘청이며 멈춰 선다. 어둠이 내린 벤치에 앉아 호흡을 가다듬는다. 다시 달린다. 집에 가기 싫어서 달리고 울기 싫어서 달린다. 조지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이었으니까 나도 여기서 멈출 수 없다. 이 깊은 슬픔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오늘 저녁 이 빗속을 달리는 게 노력의 일환인 것 같다.

 

# 최근 운동 마케팅에서 실제로 주입하는 메세지는 "내가 얼마나 잘났는지 좀 봐, 너희는 나한테 안 돼, 자, 이몸을 보라고!" 였다. (150)

 

# 2017년 왕립공중보건학회에서 14~24세 영국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인기 SNS 플랫폼 중 80% 정도가 정신 건강에 유해하다고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이 가장 해로웠다. 실제로 2016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너도 운동하면 이렇게 될 수 있어!'류의 사진을 보면 대체로 자괴감이 커진다고 한다. (151)

 

# 마리안은 몸이 점점 불편하게 느껴졌다고 토로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어떤 몸을 갖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몸을 만든다고 고생하는 게 잘하는 짓인가 싶었어요. 그래서. 운동을 관뒀어요. 몸매가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사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 때 주류 매체에서는 내가 공감하고 참고할 만한 이야기라든가 이미지 같은 걸 찾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운동할 맛이 뚝 떨어졌죠." (154)

남에게 보이는 운동은 외적 동기이고, 나를 위한 운동은 내적 동기이다. 여기서 총 동기이론이적용될 수 있다.

 

# 운동을 하려다가도 주눅이 드는 일이 없다면 더 많은 사람이 운동을 할 것이다. 비만인 사람만 소외감을 느끼는 게 아니다. 2015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인 중 유색인이 백인보다 운동을 적게 하는 데, 이유 중 하나가 자신의 조건에 맞는 운동이 없다고 생각해서라고 한다. (155)

 

# 학자 바이바 크리건 리드가 내게 말했다. "인류 역사를 보면 불평등이 존재하는 위기 때 운동이 등장합니다. 고대 그리스 귀족들이 여러 가지 형태의 운동을 만든 것은 전쟁에 대비해 강인한 육체를 만들기 위해서였죠. 그 후로 수천 년간 운동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가 19세기에 이르러 재등장했습니다. 그 전에도 신체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존재했지만 그들은 '아. 이제 나도 운동 좀 해볼까?'라고 생각하진 않았죠. 왜냐하면 종일 몸을 쓰는 게 그들의 일이었으니까요." (158-159)

운동, 스포츠는 특권이 아닌 오로지 육체적 능력을 통한 공정한 경쟁으로 불평등을 극복했다는 점을 알 수 있구나..

 

# 운동은 일단 암흑을 빠져나오기 위해 사다리에 한 발 걸친 후에야 효과를 발휘한다. (161)

- 그냥 받을 떼는 게 중요하다고 알고 있는데 그게 엄청 힘들다는...

 

# 여러 연구에서 운동을 하면 코르티솔(두려움을 느끼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투쟁-도주 반응의 일환으로 부신에서 분비디는 호르몬)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2)

 

# 신경과학저널에는 스트레스 받은 쥐를 연구해서 운동이 불안을 완화하는 또 다른 이유를 추정한 논문이 게재됐는데, 결론은 운동을 하면 쌩쌩한 뇌세포가 생성되고 쓸모없는 뇌세포는 정지된다고 한다. (162)

 

#브라이어니 고든은 강박장애에 관한 책에서 비슷한 경험을 이야기한다. 고든은 "살기 위해서" 달리기를 시작한 후 모든 것이 "이전보다 미세하게나마 더 견딜 만해졌다."고 썼다.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