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tory/Book Review -씽큐온-

[2책_19.11.06] 2K_우리는 정신질환을 과소평가한다_시작하기엔 너무 늦지 않았을까, 벨라 마키

# 불안과 걱정은 엄연히 다르다. 이를 강조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정신 질환을 흉으로 보는 분위기를 없애고 정신 질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면 불안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알아야 해서다. 우울증이 단순히 '슬픈 느낌'을 의미하지 않고 산후우울증이 단순히 '육아 스트레스'를 의미하지 않듯 불안증도 단순히 초조한 것과 다르다. 그리고 불안증은 정말로 흔한 질환이다!! (44)

 

# 여배우 캐리 피셔는 자신의 조울증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건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이건 만만한 병이 아니에요. 저절로 사라지지 않아요." (45)

 

# 가장 흔한 불안장애의 유형은 강박장애·공황장애·공포증·사회불안장애·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범불안장애이다. (45)

 


 

강박장애

 

# 강박증에 대해 브라이어니 고든은 다음의 말로 강박 사고의 무서움을 생생하게 전한다. "나는 운전 중에 사람을 쳤다고 생각해서 로터리를 몇 번이나 돈 적이 있다. 도로에 쓰러진 사람이 아무도 없건만 뇌는 믿지 않았다." (47)

 

# 생각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는 대신 끔찍한 생각을 멈추기 위해서 강박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 예컨대 가족이 끔찍한 사고로 죽는 장면이 떠올라 불상사를 막을 방법을 찾는다. 그래서 방에 들어갈 때마다 전등을 스물다섯 번 켜고 끈다.(47)

 

# 자기도 모르는 새에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마음의 미로에 갇히는데 그게 바로 의심병이다. 예컨대 전처와 연락이 되지 않으면 아이들이 죽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신체적으로 공황 증상이 나타나고 그것이 더 많은 침투적 사고를 부르는 것이다. (48)

!) 나의 생각 : 나도 초등학생 때, 엄마가 늦게 오거나 혼자 있는 게 외로우면 침투적 사고가 떠올랐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때 정신질환에 대한 지식이 없어 잘 몰랐는데 정말 위험한 거였구나...

 

공황장애

 

# 공황장애의 핵심은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위험 요소가 없는데도 발생한다. 아무래도 잘못된 경보에 의해 발생하는 것 같다. 이 때 분비되는 아드레날린과 코르티솔은 과호흡, 현기증, 경련이란 부작용을 일으킨다. 그런데 그 위험이 너무나도 실감 나기 때문에 사실은 전혀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조차 못한다. 그래서 발작이 또 다른 발작을 부른다. (50)

 

# 내가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거나 뭔가를 잘 모른다는 기분이 들면 발작이 와요. (54)

 

공포증

 

# 공포증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특정공포증과 복합 공포증이다. 특정 공포증 중에는 동물이나 높은 곳, 피, 구토, 비행에 대한 공포증이 흔하다. 복합 공포증은 특정 공포증보다 더 극복하기 어렵다. 보통 광장 공포증과 사회 공포증을 가리킨다. 광장 공포증은 공황이 일어날 만한 장소 혹은 확실한 도움의 손길이 존재하지 않는 장소에서 과연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까 불안해하는 증상이다. (56)

 

# 광장공포증과 폐소 공포증이 비슷한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폐소 공포증은 갇히는 것에 극심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고, 광장 공포증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아 공황발작이나 극도의 불안을 유발할 수 있는 장소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57)

 

사회불안장애

 

# 사회불안장애는 사회공포증이라도 한다. 사회불안장애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 앞에 나가서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 사람들 앞에서 왠지 망신스러운 짓을 저지른 것 같다고 걱정하는 것, 사람들과 억지로 어울려야 하는 상황에서 공황발작을 겪는 것 등으로 나타나며, 생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 (58)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 PTSD는 죽을 고비나 타인의 죽음을 경험하는 것, 심각한 부상이나 성폭력을 당하는 것 등에서 촉발된다. 촉발 요인이 무엇이든 간에 그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 즉 정신적 상처는 사회 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하고 그 밖에도 여러 방면에서 정상적인 행동을 불가능하게 한다.(59-60)

 

# PTSD도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증상을 방치했다가 뒤늦게 진단을 받은 경우가 많다. PTSD 유형은 다음과 같이 구분한다. (61)

① 지연성 PTSD : 트라우마가 생기고 6개월 이상 지난 후 증상이 발생하면 '지연성 PTSD'로 분류한다.

② 복합 PTSD : 트라우마나학대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경험했을 때 생긴다. 예를 들어 수년간 가정 폭력에 시달렸다면 '복합 PTSD'로 분류한다.

 

범불안장애

 

# 범불안장애는 이름에서 짐작하다시피 과도한 불안감이 마구 날뛰는데 떨쳐버리지 못하는 질환이다. (62)

 

# 십중팔구 신체적인 증상도 동반된다. 다 끝장났다는 '느낌'이 들면서 두통이나 불면증, 만성 피로에 시달린다. 내 경우에는 범불안장애 때문에 건망증이 심해지고 집중력이 바닥나고, 나 자신과 타인에게 자꾸만 불같이 짜증이 일었다. (63)

 

#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데, 아드레날린은 진짜 위기 상황에서는 약이지만 가짜 위기 상황에서는 독이다. 걱정할 게 아무것도 없는데도 위기감이 너무 생생해서 무시할 수가 없다. (65)

 

# 범불안장애의 증상 가운데 또 내가 버티기 힘든 것은 '파멸'이 임박한 것 같은 기분이다. 사방이 괴상한 색깔로 보이고 주변 사람이 모두 악랄하게 보였다. (66)

# 우리는 모두 뇌에 뭔가 문제가 있다. 자신의 문제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남과 비교하지도 말자.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도 가정의 화목을 위해, 좋은 직장에 계속 다니기 위해 쉬쉬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방치하면 곤란하다. 뇌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건 자기 자신이 제일 잘 안다. 그럴 때는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안장애는 가만히 놔두면 점점 더 심각해져서 어디까지 갈지 모른다. (68)

 


 

# 흥미롭게도 여전히 남자들보다 여자들에게 정신적으로 아프거나 '불균형하다'는 진단이 훨씬 많이 내려진다. (71)

 

# 불안증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은 상담이라는 게 중론이다. 지금은 인지행동치료(CBT)가 불안장애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고 있으며 NHS에서도 이를 권장한다. CBT의 핵심은 머릿속에 든 터무니없는 생각을 쓰고 만일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지 적고, 현실적인 결론을 뇌에 인지시켜 불안을 경감시키는 것이다. 이게 별거 아닌 것 같은데 실제 효과가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71-72)

 

걱정 : 내가 헛것을 듣고 외계인에게 납치당할 거라고 믿으면 어쩌지?
확률 : 사실은 아주 낮다. 2014년에 정신증 증상을 보인 영국인은 0.7% 정도 밖에 안된다.
결론 : 내가 정신증 환자가 될 확률이 0퍼센트는 아니지만 심각한 정신 문제를 잘 다스리며 사는 사람이 많고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정신병원에 갇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분명히 나를 위한 치료법이 있을 것이고 여러모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난 운 좋게 상담 치료와 약물 치료를 잘 받았지만 마음이 평온해지진 않았다. 약을 먹고 파멸에 대한 두려움에서 해방되고 상담을 통해 내가 생각을 더 잘 다스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긴 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처음에는 '관리' 정도만 돼도 거대한 장애물을 넘는 것처럼 신나지만 조금 있으면 또 저 멀리 장애물이 보이면서 답답해진다. 그것을 뛰어넘고 싶어 진다. 아무리 관리 능력이 좋아져도, 증상이 호전돼도 정신문제는 항상 이렇게 새로운 단계, 새로운 두려움의 대상을 만들어낸다. 그 여정에는 끝이 없다. 근심 걱정이 안전히 사라지는 해피엔딩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느린 진척이라도 그 길을 올라서고 나아간 자신을 되돌아보면 나 자신에게 자랑스럽다. (77-78)